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단죄하려 하지 말아야지. 누구가 가해자이고 누구는 피해자인 것 같아도 결국 다 평범한 아줌마들인걸. 전 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은 결국 한 사람을 단죄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저는 평소에 미즈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혹자는 미즈빌에는 고학력에 여유있는 분들, 의식있는 분들이 더 많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답니다. 이 곳에는 다양한 분들이 계시지만 다만 먹고 살기가 빠듯한 분들은 여유있는 분들보다 미즈빌을 하실 짬이 많이 안 나실 거에요. 댓글로 재미를 나눌 시간이 없으실 거에요. 그래도 그분들도 회원으로 계십니다. 그것과 관련된 건 아니지만 과연 이 곳에 양식있는 분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면 이번의 아픔을 겪으면서 익명의 군중심리란 것이 결국 잔인할 수밖에 없음을 속풀이방에서 확인하는 일이 매순간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에요.
실명으로든 익명으로든 그리고 운영진의 이름으로든 우리 이러지 말고 상처받았을 모든 사람들을 보듬어주자고 호소하는 일은 특정무리를 단죄하는 일보다 그렇게 어려웠나 봅니다. 잠깐의 소용돌이를 지나치고 미즈빌이라고 하는, 아줌마들이 조잘조잘 수다떨던 이곳이 그동안 몰랐다는 듯 갑자기 지식을 나누는 봉사단체로 격상되고 애니님은 소심해진 동정론 속에서 미즈빌을 와해하려 했다는 커다란 불명예의 주홍글씨를 안고 이제 가시고 안 계십니다. 저도 줄곧 안쓰러워 하다가 최후의 폭로글을 보고 한 밤중에 애니님께 꼬리표를 다는 데 일조를 하고 편안히 잠들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떠 조윤희님을 말씀을 곱씹어보고 그 분이 떠나신다는 게 왜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걸까 되새겨보니 저나 그 분, 이번일에 연루된 모든 분들 그리고 익명, 실명의 모든 미즈빌회원들은 결국 제 각각의 삶을 사는 보통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대단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가는 것이 아니에요. 몇 시간만 지나면 남편과 깔깔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을 거에요. 어쩌면, 난 왜 탈퇴를 했담 심심해 죽겠네 이렇게 후회할지도 몰라요. 저도 흠이 많은 보통 사람이에요.
저는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없답니다. 다만 인사를 드려야 할 몇몇 분들이 계신데 일일이 클럽에 들어가거나 쪽지로 말씀드리기가 성가셔 졌어요. 그래서 여기서 인사말씀 드릴게요.
클럽 프렌즈에 계신 여러분, 저 거기 회원이었는데 요즘 활동이 많이 뜸했었어요. 늘 그랬듯 재미나게 지내세요. 그리고 제 실명을 아는 분이 몸담고 계신 다른 클럽의 여러분들, 이분들께는 인사말씀 꼭 드려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해요.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고 이렇게 간단인사로 떼우려 하다니 저도 참 못말리는 게으름뱅이에요.
ㅅㅇㄸㄹ님, 제 마음의 파랑새이셨는데 혹 제 블로그주소 기억하시면 그리 놀러오세요. 제니님, 단비님, 애니님 가시고 마음이 안좋으신데 훌훌 털고 다시 예쁜 모습으로 돌아오세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부탁드릴 것이 있다면 애니님께 새긴 주홍글씨는 거두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라도 그 분을 두고 아프게 회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권수진님은 가까이 계셨던 애니님 주변분들 중 제가 아는 한은 애니님께 가장 모진 소리로 이번 문제해결방식을 나무라셨던 분이세요. 돌팔매질을 맞으시는 애니님을 두고 볼 수는 없으셨을 뿐 억측이 오갈만한 분이 결코 아니시랍니다. 이건 꼭 믿어주세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분이세요.
우린 결국 모두 일면식이 전혀 없는 이방인들이었어요. 저는 떠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미즈빌죽순이는 그만두게 될 뿐인 거에요. 그러니까 안녕히 계시라는 말보다는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인사드리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Have a nice day.